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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청춘

category 예비작가 글쓰기 2024. 2. 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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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나 왔어"  다정하게도 말할 법도 하지만 은근 무뚝뚝하게 말하는 나.

 "많이 춥지?", "밥 먹었니?", "배고프지?", "아들 고생했어" 

반면에 늘 집에 갈 때마다 걱정되는 마음과 함께 따뜻한 말과 다정한 말로 반겨주시는 우리 부모님. 

우리 부모님 뿐만이 아니다. 나의 주변을 돌아보면 모든 부모님들은 자식들을 아끼고 사랑하고 걱정하신다.

이제 그 마음을 조금씩은 알게되는 것 같다. 겉모습은 다 큰 어른이라도 모든 부모님에게 자식은 영원히 어린아이란 것을.

 

그 어린아이가 성인이 되어 크고 작은 풍파를 견디며 치열한 삶속에서 정신없이 자리를 잡아가는 사이,

부모님은 새까맣고 풍성하던 검은 머리카락 속에 흰 머리카락들이 점점 자리를 넒혀가고 주름은 점점 깊어져만 간다.

평생 내 옆에서 건강하고 젊을 줄만 알았던 부모님. 나는 어느순간 부모님의 모습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되었다.

그 현실을 마주했을 때 처음엔 부정해왔던 거 같다. 나의 부모님의 나이 듦을 인정하기 싫고 받아들이기 싫어했다.

 

시간이 지나 나의 한 친구와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상상하기도 생각해보기도 싫지만 그래도 생각해본적이 있냐면서 괴롭더라도 한번은 생각해봐야 한다며

그렇게 그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오히려 나의 생각이 달라졌다.

 

그렇구나 부모님은 평생 사시는게 아니다. 받아들어지게 되었고 부모님과의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다짐했다. 부모님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요즘은 다짐했던 것을 떠올리며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고 많은 추억을 쌓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나는 부모님의 청춘을 다 바쳐서 키워준 자식이라는 것. 즉 부모님의 청춘을 자양분 삼아 자랐다는 것.

내가 갓난 아기일 때 20대 부모님의 사진을 보면 정말 어리다. 그렇게 젊은 모습과 함께 곱기도 하며 멋지기도 하다.

그  꽃다운 젊은 나이에 하고싶은게 얼마나 많았을까? 수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을텐데... 

그런 모습과 함께 생각해보면 미묘한 감정이 든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교차하며 뭉클해진다.

"어쩌면 내가 부모님의 청춘을 빼았은게 아닐까?" 라는 마음도 들기도 하면서.

 

어느 날 혼자 마음의 짐을 가진 채 엄마에게 물어봤다.

"나 낳았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그때가 기억이 나?"

"그때 기억을 어떻게 잊겠냐면서 행복했다고 좋았다고 " 

"갑자기 왜?" 라는 질문과 함께

"아들 엄마가 많이 못해줬는데도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 라는 말을 덧붙이신 우리 엄마.

 

그렇게 부모님과 함께 나의 어렸을 때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런저런 추억속의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힘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이 훨씬 더 많다면서

편안하고 지긋한 미소와 함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늘 있다면서 따뜻하게 말해주시는 부모님. 

 

이야기를 같이 나눈 후 나는 스스로 깨달았다.

그렇구나. 내가 부모님의 청춘을 빼았은게 아니구나.

부모님의 청춘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을. 부모님의 청춘과 함께 내가 같이 동행했다는 것을.

 

혼자 품은 작은 오해의 실마리가 풀렸고 마음의 짐이 조금이나마 덜게 되었다.

나의 무거운 마음은 그렇게 편안해지고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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